2013년 6월 25일 화요일

구유고의 음악 6 : 달마시아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Klapa

오늘날 크로아티아 해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달마시아에는 클라파Klapa라는 남성중창 전통이 발달해 있다. 한참 관광시즌 때 자다르, 쉬베닉, 트로기르, 스플릿, 두브로브닉 등의 해변도시를 걷다보면 이들 남성 중창단을 심심치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클라파 합창단. 위 밴드가 클라파 캄비Klapa Cambi 아래쪽이 클라파 인트라데Klapa Intrade다.

처음 들어보면 '일 디보'Il Divo가 부르는 칸쪼네?같은 느낌이 문득 드는데, 이것이 사실은 크로아티아 고유의 음악이다. 칸쪼네 냄새가 강하게 베인 것은 아무래도 베니스가 달마시아를 상당히 오랫동안 지배한 역사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대개의 서양음악이 그렇듯 시작은 교회음악이다. 아무래도 해변마을 가난한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모인 미사에서 성대한 오케스트라를 초빙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대체적으로 암마추어들 중에서 노래 잘하는 사람을 모아서 성가를 부르면서 미사를 집전했을 것이다. 악기를 연주할 사람이 없다보니, 당연히 무반주 아카펠라다. 

클라파 중창단이 교회에서 아카펠라로 합창하는 모습. 

이 같은 교회음악의 전통은 슬라브족의 전통적인 민속음악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이었는데, 아직도 달마시아 산구석이나 인근 헤르체고비나에서는 양가죽 백파이프, 지난 번에도 소개한 적인 구슬레 음악이 남아있다. 

카톨릭 교회, 예수회, 프란체스코회 등의 카톨릭 조직들은 이런 원시족 슬라브족에게 그레고리안식의 음계와 화성을 전했다. 그것이 민간에 스며들어 만들어진 것이 클라파인 것이다.  서양음계를 갖춘 다성합창이다 보니, 테너, 바리톤, 베이스 등의 성부가 다 있지만, 오페라나 성악의 발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중심의 음악이다.

서양음계를 받아들이고 다성으로 소화했다고 해서, 클라파의 특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희한하게 단조 노래가 없다. 웅장함과 슬픔을 대변하는 조성이 없다보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하지만\ 달마시아의 하늘과 바다를\ 보면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는 생각도 든다. 이 파란 하늘, 이 파란 바다, 이 아름다운 자연풍광에서 슬픔과 심각함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였을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달마시아의 생활이 호락호락한 것은 아니었다. 달마시아를 오랜 기간 경영했던 베니스의 기본 방침은 '착취'에 가까웠다. 식민지 백성들이 '학자 보다는 군인'이 되기를 원했던 베니스는 의도적인 궁핍화 정책을 추구화했다. 그나마 달마시아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은 유고슬라비아 당시 해외여행객들의 출입을 허용하고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한 다음이니, 비교적 최근 일이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슬라브의 우수는 어디가고 어찌 찬가만 남은 셈인지 모르겠다.

달마시아 어느 해변 정경. 우리에게 떠오르는 노랫말은 '근심을 접어놓고 다함께 차차차'...다.

가사는 주로 하늘, 바다, 태양, 포도주, 동네 일상사 등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소갯말에는 짝사랑, 슬픔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허나 조성이 영 딴판이니 믿기 어렵다.

유네스코는 나 같은 문외한이 알아듣기 어려운 이러 저러한 음악적 이유로 2012년 클라파 음악을 유네스코 무형인류문화유산으로 등록했다.(그 설명은 여기로) 보통 문화유산 쯤 되면 대다수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징표도 될 법한데, 클라파는 그렇지 않다. 지금도 아마추어 및 프로 클라파 중창단들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실력있는 밴드들은 어딜가나 매진이다. 달마시아의 오미쉬Omiš에서는 매년 여름마다 클라파 페스티벌이 성대하게 개최되어, 실력있는 합창단의 등용문이 되고 있다.   


클라파 캄비의 '좋은날'Dan Ljubezni. 클라파 가사의 상당수는 달마시아 사투리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지금은 달마시아가 크로아티아의 한 지방이지만, 원래 크로아티아는 자그레브 주변 지역에 지나지 않았다. 옛날의 크로아티아, 슬라보니아, 달마시아가 모여서 오늘날의 크로아티아가 된 것이다. 그만큼 달마시아와 자그레브 중심의 크로아티아 본토 사이에는 문화적 차이가 크다.  


현재 크로아티아에서 클라파 음악은 전통적인 무반주에서 벗어나 전통악기 탐부리차, 기타, 베이스 등이 가미되어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에는 남성 일색 클라파 합창에 여성중창단이 끼어들기 시작했다. 단조 클라파 합창곡이 나오는게 다음 순서가 아닐까 한다. 

클라파 인트라데의 '크로아티아여, 맘으로부터 너를 사랑해'Croatio iz duše te ljubim. 달마시아가 아무리 크로아티아 본토와 문화적 차이가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분리주의 성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클라파 인트라데가 부른 이 애국적 크로아티아 찬가는 크로아티아인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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