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들이 보기에는 더 없이 '구릴 수 있는' 장르인 세브다흐가 환골탈퇴하는 데는 1990년대 보스니아를 중심으로 한 구유고 내전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이때를 기점으로 젊은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세브다흐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연주방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모험적인 길을 택한 신진 세브다흐 장인으로는 아미라 메두냐닌Amira Medunjanin이 가장 대표적이다.
아미라 메두냐닌. 보스니아의 빌리 홀리데이 또는 보스니아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라고도 칭송된다. 두 가수와 마찬가지로 슬픔의 정조를 극대화하는 노래실력 때문이다.
아미라 메두냐닌은 사라예보 출신 여성 세브다흐 가수다. 90년대 유고 내전에 사라예보가 근대사상 최장기간 포위를 당하면서 바로 그곳에서 우울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생존이 급한 시대에 음악 교육을 따로 받을 여유가 없었지만, 그 어려운 때에도 지하에서 열리는 게릴라성 콘서트는 꾸준히 찾아갔다고 한다. 가수가 된 것은 좀 뜬금없는데, 전시 사라예보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조직하던 오늘날 남편을 만나서, 우연찮게 노래를 따라부르던 것이 가수가 되는 길이 됐다. 그녀의 테이프를 들은 모스타르 세브다흐 레우니온Mostar Sevdah Reunion(MSR)이 객원 가수로 초빙해서, 2003년 Secret Gate 제작에 참여한 것이 직업가수로서의 첫걸음이다.
아미라가 부르는 세브다흐는 슬픔의 정조에 더욱 특화되어 있다. 그래서 이름하여 카라 세브다흐Kara Sevdah (Black Sevdah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콘서트에서는 항상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나온다. 극도의 슬픔을 다한 후에 느끼는 카타르시스. 그것이 그녀 음악의 지향점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세브다흐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어쩔 때는 서양재즈에 어쩔 때는 바로크 류트와 같은 고악기를 반주로 나오는 그녀의 세브다흐는 기존의 음악을 상당부분 해체/재구성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것이 모던 세브다흐인가? 아티스틱한 면모가 더 분명해 지는 것은 분명하고, 또 이 같은 시도로 인해서 그 지평이 넓어지는 것 역시 분명한 듯 하다. 더 나아가 아미라의 시도를 두고 세브다흐의 본질을 훼손했느니 지적하는 사람도 없다. 가까운 역사에서 쓴 맛을 봐서 그런지 그녀가 우울한 노래들에 대한 이 지역 대중들의 반응도 좋다.
류트 연주자 에딘 카라마조프Edin Karamazov와 같이 한 2010년 이스탄불 공연모습. 서구 바로크 시대의 악기와 오리엔트의 노래가 예상외로 잘 맞는다. 부르는 노래는 '아 사랑을 숨겨야 하다니'Ah što ćemo ljubav kriti. 에딘 카라마조프는 스팅과 더불어 존 다울랜드의 노래를 앨범으로 낸 사람이다. 아미라 메두냐닌과 마찬가지로 보스니아 출신.
지금까지 네장의 독집 앨범을 냈는데, 앨범 마다 새로운 컨셉트를 채용했다. 세브다흐 장르의 혁신자로서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항상 대담한 실험을 동반하면서 MSR 등과 같은 선배 뮤지션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 MSR의 최근 앨범, Tales From A Forgotten City는 전례없는 실험을 하다가 망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미라 메두냐닌 따라하다 망한게 아닌가 싶다.
아미라가 내놓은 앨범 모두 하나 같이 들을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노래는 2009년 앨범 Zumra에 수록된 '엄마가 메흐메드를 깨웠다'Mehmeda Majka Budila다. 단순한 노래인데, 가사가 심상치 않다.
내용인 즉 엄마가 아들 메흐메드를 깨운다. 잠에서 깨어난 메흐메드가 이야기한다. 여동생이 자기의 팔을 묶고, 아버지가 눈을 가리고, 엄마가 심장을 도려내는 꿈을 꿨다고. 노래는 잠을 깨우는 노래라고 하지만, 곡조는 어째 자장가인가? 평안한 집안에 왜 메흐메드는 이런 악몽을 꿨는가? 한두가지가 수상치 않은 이 곡을 아미라가 메리마 클류초의 불협화음 아코디온 반주에 맞춰 부르는데, 듣는 사람 기분이 서늘해 진다. 노약자와 임산부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아미라가 내놓은 앨범 모두 하나 같이 들을만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노래는 2009년 앨범 Zumra에 수록된 '엄마가 메흐메드를 깨웠다'Mehmeda Majka Budila다. 단순한 노래인데, 가사가 심상치 않다.
내용인 즉 엄마가 아들 메흐메드를 깨운다. 잠에서 깨어난 메흐메드가 이야기한다. 여동생이 자기의 팔을 묶고, 아버지가 눈을 가리고, 엄마가 심장을 도려내는 꿈을 꿨다고. 노래는 잠을 깨우는 노래라고 하지만, 곡조는 어째 자장가인가? 평안한 집안에 왜 메흐메드는 이런 악몽을 꿨는가? 한두가지가 수상치 않은 이 곡을 아미라가 메리마 클류초의 불협화음 아코디온 반주에 맞춰 부르는데, 듣는 사람 기분이 서늘해 진다. 노약자와 임산부에게는 권하지 않는다.
앨범에 수록된 Mehmeda Majka Budila. 자장가풍의 단순한 노래에 섬뜩한 불협화음 아코디온 반주를 태워서 가사가 가지고 있는 기묘한 전복적 성격을 극대화했다.
아미라 메두냐닌의 가수로서의 활동은 앨범보다는 콘서트에 방점이 더 맞춰져 있다. 앞에서 소개한 에딘 카라마조프 등과의 협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앨범으로 발매되지 않았다. 유럽의 주요도시가 그녀의 콘서트 무대다. 기본적으로 깔고들어가는 기조 때문인지 무대의상은 유난히 검다. 노래는 주로 슬프지만, 공연 중간에 실없는 웃긴 소리도 많이 한다. 2013년 최근에는 같은 보스니아 출신의 클래식 기타 연주자 보쉬코 요비치Boško Jović와 같이 순회하고 있다. 이 역시 앨범으로 발매되지 않았다. 아쉬운 일이지만, 콘서트를 참여할 수 있다면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도 되겠다. 콘서트를 참여할 수 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