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7일 토요일

보스니아 유사 8 : 급박해진 19세기 전반

비엔나나 이스탄불의 입장에서는 어디서나 궁벽한 촌동네일 수 밖에 없었던 보스니아에도 변화의 바람이 본격화된 것은 19세기다. 서구세계와 오토만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다양한 물결을 일으키며 보스니아에 전달되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서구세계를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오토만 조정에서는 다양한 개혁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제의 개혁이었다. 구식군제가 아닌 서구 근대적 군제의 도입이 그 핵심이었다. 그러나 구식 군제를 대표하던 예니체리가 문제였다.

예니체리 혁파를 통해 오토만 터키를 개혁코자 했던 마흐무드 2세. 18세기 이후 술탄들은 서구의 영향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개혁을 추진했지만, 여러가지로 여의치 않았다. 근대 민족주의에 기반한 민족국가가 속출하는 시기에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으로 이뤄진 제국을 꾸려나간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 수도....

한 때는 오토만 터키의 정예병 예니체리는 역사를 거치면서 수구 기득권 세력으로 변질, 18세기 오토만 술탄의 개혁노력을 번번히 좌절시켰다. 1826년 술탄이 새로운 군제에 의한 근대군 창설을 지시하자, 예니체리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쿠데타를 기도했다. 그러나 이 때의 술탄 마흐무드 2세Mahmud II는 전대의 술탄과 달리, 나름의 준비가 있었다. 이스탄불에 모인 예니 체리들을 기다린 것은 프랑스 포병교육을 받은 근대식 포병대. 이들을 쥐구멍에 몰아넣고 포도탄grape shot으로 전멸시켜 버렸다. 술탄은 이 참에 눈엣 가시 같던 예니체리도 해체한다.

예니체리 복장을 한 근대 터키의 국부, 케말 파샤Kemal Paša. 터키 과거의 영화를 상징하기도 하는 예니체리는 18-19세기초 기간 중 번번히 오토만 개혁을 방해한 수구정치집단이었다. 이들 때문에 술탄도 여럿 쫓겨났다. 능력주의에 입각했던 초기와 달리, 세습화된 것이 예니체리가 변질된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들 지적한다. 

술탄은 보스니아에도 징집에 근거한 근대식 군제 개편안을 추진할 새 총독을 선임해 보냈다. 하지만, 보스니아 무슬림들의 반항도 만만치 않았다.그러자 오토만 군대가 나섰다. 1827년 술탄의 군대가 사라예보에 입성, 로컬 예니체리 리더들을 처형하는 등 초강수를 써서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지방 곳곳에서 소요가 지속됐다.

1831년에는 보스니아 북부 그라다차츠Gradačac의 카페탄 후세인Husejn이 봉기를 일으켜, 총독이 주재하는 트라브닉까지 짓쳐와서 총독을 생포했다. 앞 편에서 간단히 그림으로 소개한 바, '보스니아의 용'zmaj od bosne으로 칭송되는 사람이다. 같은 시기 알바니아에서도 봉기가 일어나자, 후세인은 오토만군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25,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코소보까지 내려간다. 도와준다는 명목이었지만, 이들의 목적은 명확했다. 다름 아닌 보스니아 자치였다. 일단 발등의 불이 급했던 오토만 조정은 이들의 요구를 승낙(하는 척) 한다.

카페탄 후세인. 수염때문에 나이가 들어보이지만, 이 사람이 죽은 때가 30대 초반이다. 카페탄으로 있으면서 카톨릭, 세르비아 정교인들에게도 선정을 베풀었다. 이 사람이 죽고 난 다음에도 보스니아에서는 한동안 그 이름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사회주의 시절 내내 묻혀있다가, 유고 내전 이후 보스니아의 영웅으로 '재발굴'됐다. 크로아티아, 세르비아와도 다른 보스니아 만의 정체성의 상징으로..

그러나, 오토만 조정은 실제로 이들의 요구를 들어 줄 의도가 없었다. 기만 및 내부분열 전술로, 반란군을 반으로 쪼갠 오토만 터키는 1832년 잔당 세력을 사라예보 근처에서 격퇴한다. 후세인 카페탄은 일차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가, 술탄의 용서를 받아 트레비존드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1933년에 죽었다. 반란세력의 기가 꺾이면서, 보스니아에서도 다양한 개혁조치가 진행됐지만, 여러가지 면에서 누구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무슬림들은 무슬림대로,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인들대로 불만이 누적되기 시작한다.

이러던 상황에서 드디어 보스니아에서도 또 다른 용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민족주의라는 이름의 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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