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9일 수요일

구유고의 음악 16 : 슐라게르 또는 샨손 - Adult Contemporary 장르


유고슬라비아에서는 서구식 어덜트 컨템포러리 장르도 번성했다. 보통 슐라게르Šlager 또는 샨손Šanson이라고도 일컫기도 한다. 샨손은 프랑스의 샹송에서 온 건 알겠는데, 슐라게르는? 독일어의 Schlager다. 뭔가 찾아봤더니 Hit라는 뜻이란다. 히트송, 한마디로 유행가 되겠는데, 주로 서구형 발라드 또는 어덜트 컨템포러리물들이다. 이 장르에서 유고를 대표하는 인사라고 한다면 크로아티아의 아르센 데디치Arsen Dedić, 드라고 디클리치Drago Diklić에서 부터 세르비아의 조르제 발라셰비치Đorđe Balašević 등이 주옥같은 발라드를 많이 만들었다. 누구는 슐라게르, 누구는 샹송, 누구는 칸쪼네의 영향을 받았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이러저러한 노래를 만들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짠한 노래는 드라간 스토이니치Dragan Stojnić가 부른 '내맘은 또다시 너만을 꿈꾼다'I opet mi duša sve o tebi sanja다. 보스니아 대시인의 알렉샤 산티치가 지은 시 3수를 교묘히 섞어서 하나의 노래로 만들었다. 알렉사 샨티치의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그대로 드러난 수작으로, 가사를 음미할 수 있다면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왼편이 노래를 부른 스토이니치, 오른편이 본의아닌 작사가 알렉사 샨티치. 원래는 90년대 초에 방영된 TV시리즈 '내 형제 알렉사'Moj brat Aleksa 수록곡이다 . 스토이니치는 불어를 전공해서 주로 샹송 장르를 소화한 발라드 가수다. 샨티치와 같이 보스니아 출신이다.

I opet mi duša sve o tebi sanja
I kida mi srce i za tobom gine.

Što te nema , što te nema , što te nema

Bog zna gdje si sada i da l' živiš jošte!
Ali dragi spomen negdanje milošte
Kao mlado sunce svu mi dušu moju grije

I ja snova cujem zveket tvojih grivna,
Po licu me tice tvoja kosa divna,
Dok mjesec kroz vrbu cisto srebro lije.

Što te nema , što te nema , što te nema

내 맘은 또다시 너만을 꿈꾼다
단장은 끊어지고 너는 더욱 생각나

왜 너는 여기 없는가, 왜 너는 여기 없는가, 왜 너는 여기 없는가,

네가 어딨는지 아니 살아 있는지도 몰라
그러나 언젠가 아름다웠던 너와의 기억이
마치 젊은 태양처럼 나의 마음을 달군다

꿈속에서 너의 팔찌가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다
내 얼굴엔 당신의 풍성한 머리결이 닿고
달은 버드나무 새로 순결한 은빛을 쏟는다

왜 너는 여기 없는가, 왜 너는 여기 없는가, 왜 너는 여기 없는가,
가사만 본다면 닳고 닳은 유행가겠지만, 이 시가 나온 때는 100년 전 보스니아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적어도 100년 전에는 남녀간의 사랑이 '내 얼굴에 니 머리결 닿듯이' 훨씬 자극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시대를 지켜보면 이런 정조는 보스니아 시가Sevdah의 전통에 이미 잘 살아 있었다. 샨티치가 접하고 살았던 무슬림들의 러브송들의 가사에는 사랑에 대한 찬미, 못이뤄진 사랑에 대한 절망, 예상외의 외설까지 사랑과 관련된 풀 스펙트럼이 들어있다. 샨티치는 그것을 자신만의 '근대'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발라드 장르가 주로 이런 알캉달캉/씁쓸짭쪼롬한 사랑 이야기를 재생산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면에서 조르제 발라셰비치의 88년 발표작 부른 레퀴엠Rekvijum은 재미있는 예다. 이 노래는 80년대 말 각 공화국내 민족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어지러워진 사회상황을 마치 티토에게 일러바치듯 불러낸 노래다. 이 노래는 유고슬라비아의 파국가 불안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있다. 아니면 당대를 사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로 꺼낸 것이 그였을 수도 있겠다.

조르제 발라셰비치의 시대만가Rekvijum. 발라셰비치는 90년대에도 반전, 정치비판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발표했지만,  권력이 장악한 방송계가 노래를 틀어주지 않는 바람에 한참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의 노랫말에도 등장하지만, '씹X 90년대'jebite se devedesete가 아닐 수 없었다.
Kad god prođem ulicom sa tvojim imenom
Pomislim na onu pesmu...
Već je godinama ne pevam,
Stari refren nikom ne treba.

A ljudi pesme kratko pamte, Komandante...

Ostaće u knjigama i priča o nama:
Balkan krajem jednog veka.
Svako pleme crta granicu.
Svi bi hteli svoju stranicu...

Tope se snovi kao sante, ej Komandante...

Na barikadama su opet zastave,
Svet ide k'o na praznike.
I decu izvode s jutarnje nastave
Da vide gladne radnike...

A gde smo mi, naivni,
Što smo se dizali na "Hej Sloveni"?
Kao da smo uz tu priču izmišljeni...

Vremena su nezgodna za momka kao ja
Koji gleda svoja posla...
Nisam lutak da me naviju.
Imam samo Jugoslaviju...

Sve druge baklje bez mene plamte, e Komandante...

I svi su tu da dobiju na toj lutriji...
Na barikadama su uvek najbrži,
Al' nikad i najmudriji.

A gde smo mi, naivni,
Što smo se dizali na "Hej Sloveni"?
Kao da smo uz tu priču izmišljeni...

I prevareni...

Kad god prođem ulicom sa tvojim imenom
Pomislim na Panta rei...
Baciće se, tako, neki lik
Kamenom i na tvoj spomenik.

Jer sve se menja, i sve teče... čoveče.
Jer sve se menja, i sve teče... čoveče.

당신 이름이 걸린 거리를 걸을 때 마다
그 노래가 생각납니다.
이제는 더 이상 부르지 않은지도 꽤 오래
오래된 후렴구는 누구도 원하지 않습니다.

사령관 동지, 사람들은 노래를 짧게만 기억할 뿐입니다.

책과 이야기들에는 이렇게 남을 것입니다;
발칸, 세기말을 맞아
모든 족속들이 국경을 그리고
모두가 자신만의 페이지를 원하다
마치 빙산처럼 가라앉았다고 말이지요... 사령관 동지
바리케이드에는 다시 깃발이 올라서고
모두가 마치 휴일인 듯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오전수업 마치고
배고픈 근로자들을 보고 있을 뿐...

아, 우린 어디에 있나요, 아무 생각없이,
'헤이 슬라브여'를 부르면서 우리가 쌓아올린 것은 무엇이었나요.
마치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라도 한것 처럼

이 시대는 제 앞가림이 급한
나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불편합니다.
나는 누가 감아줘야 움직이는 태엽인형이 아닙니다.
유고슬라비아 사람일 뿐입니다.

지금 여기서는 나말고 모두 휏불을 들고있습니다, 사령관 동지

사람들은 일확천금의 복권에 혹하고
바리케이드에는 가장 잽싼놈들만 달라붙었습니다.
하지만, 그놈들이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아니지요.

아, 우린 어디에 있나요, 아무 생각없이,
'헤이 슬라브여'를 부르면서 우리가 쌓아올린 것은 무엇이었나요.

마치 없던 거짓말이라도 만들어내기라도 한것 처럼

당신 이름이 붙은 거리를 걸을 때 마다
'모든것이 흐른다'(Panta rei)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어떤 놈들은 당신의 동상에도
돌을 던질겁니다.
2014년 어느 때인가 자그레브 리신스키 극장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웬 줄을 이렇게 섰나 싶더니, 그게 발라셰비치의 콘서트 표를 구하는 줄이었다. 이 양반은 한번 콘서트를 열면 4시간이 넘는 공연으로 유명한데 그게 노래 중간 중간에 만담까지 섞어가면서 청중을 즐겁게 하기로 유명하다. 53년생이니까 이제 환갑을 넘었는데, 아직 왕성하다. 발라셰비치는 원래부터 티토를 숭모해서 젊었을 때 부터, 그에게 헌정하는 찬가를 여러곡 만든 바 있다. 아부꾼 취급을 받을 법도 한데, 이와는 관계없이 전 구유고지역에서 아직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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