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0일 목요일

크로아티아어 또는 세르보-크로아티아어

어디에서 쓰나

크로아티아인들이 쓰는 언어는 스스로 부르기에 보통 크로아티아어(Croatian)라고 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말은 세르보 크로아티아어(Serbo-Croatian)다.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이 네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어대학교 동유럽대학에서 세르비아.크로아티아어과(http://yugo.hufs.ac.kr/)에서 가르치고 있다.

슬라브어 계통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 사람들이 금방 배우기는 꽤 어려운 언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러시아어를 배우거나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보다 쉽게 접근이 되리라고 생각되긴 하지만...

구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원이자 바로 옆나라 슬로베니아에서 쓰는 슬로베니아어와는 상당히 많은 부분 비슷하지만, 전화로 통화하면 서로 잘 못알아 듣는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슬로베니아어와 크로아티아어는 한 80% 비슷하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구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원인 마케도니아의 경우에는 불가리아어가 더 가깝다. 세르비아 사람들 평으로는 서로 천천히 하면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다. (불가리아에서는 마케도니아에서 쓰는 말을 불가리아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마케도니아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가장 최근 독립한 코소보의 경우에는 알바니아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공용어가 알바니아어다. 이는 또 슬라브계통의 언어와는 천양지차의 언어인데, 코소보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알바니아어와 세르보-크로아티아어는 거의 중국어와 영어만큼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알바니아어도 어차피 인도유럽 계통의 언어로 알고 있는데... 내 생각에는 코소보 사람이 자기네는 세르비아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표현을 쓴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쓰나

어쨌거나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문자를 라틴계통 알파벳에서 받아왔기 때문에, 보통 자신들의 문자를 라티니차(Latinica)라고 한다. 세르비아에서는 키릴문자(또는 치릴리차, Cirilica)를 쓰기 때문에, 문자 자체가 민족을 가르는 중요한 분계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크로아티아어 알파벳>

크로아티아 문자 영어발음 발음례
A /a/ a as in car
B /b/ b as in bat
C /ts/ c as in cats
Č /tʃ/ č as in chalk
Ć /tɕ/ ć as in church
D /d/ d as in dig
/dʒ/ dž as in gin
Đ /dʑ/ đ as in jack
E /e/ e as in let
F /f/ f as in fit
G /ɡ/ g as in game
H /x/ h as in heaven
I /i/ i as in east
J /j/ j as in year
K /k/ k as in cut
L /l/ l as in love
Lj /ʎ/ lj as in million
M /m/ m as in mice
N /n/ n as in nice
Nj /ɲ/ nj as in onion
O /o/ o as in autmn
P /p/ p as in pick
R /r/ r as in Fritz
S /s/ s as in sound
Š /ʃ/ š as in shut
T /t/ t as in time
U /u/ u as in shoot
V /ʋ/ v as in verb
Z /z/ z as in zest
Ž /ʒ/ ž as in pleasure


* 출처 : http://mylanguages.org/croatian_alphabet.php

위의 글자체계를 보시면 알겠지만, 총 30개의 알파벳이 있는데, 보통 우리가 두개의 낱글자로 오인하기 쉬운 Lj, Dž, Nj 같은 글자는 크로아티아어의 입장에서는 한개의 낱글자라는 점에 유의해야한다.

발음자체를 소리나는 대로 글자로 옮겼기 때문에 읽는 것 자체는 매우 쉽다. 글자가 눈에 안들어오는 것이 문제지..


몇가지 용례 및 특징들

보통 영어 알파벳에서 곧잘 쓰는 y, w 등이 없다. y는 j가 대신하고, w는 v가 대표한다고 보면 되겠다.

우리 말로 슬라브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미묘한 걸림돌은 역시 치찰음 계통이 아닐까 한다.

c는 대충 우리 발음으로 쯔 정도로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č, ć 는 모두 ㅊ 발음이며 사실 듣는 입장에서 구분이 쉽지 않다. 약간의 구분이 있다면,  č는 권설음이다. 즉 혀를 안으로 말고 발음하는 ㅊ가 되겠다. 크로아티아에서도 다양한 사투리 덕에 일부 지역에서는 이 두가지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는 뉴스 앵커들도 이를 구분하지 않고 발음하는 일이 있다는데, 나 스스로가 이를 구분할 능력이 없기에 할말이 없다.

s는 ㅅ 발음이며, š는 ㅅ의 권설음이다. 쉬 발음이 가장 가깝다 하겠다.  z는 ㅈ 발음이 나며,  ž는 역시 ㅈ의 권설음, 쥐 발음이 난다. dž, đ는 모두 약간 강한 ㅈ 발음인데, đ는 ć와 비슷하게 해당 발음의 연음이다.


어쨌거나 서구 언어 중에서는 영어, 불어, 독어를 주로 배워온 우리 입장에서는 이 c 계통의 발음들을 일률적으로 ㅋ 발음으로 표현하는 수가 많다.

예컨대 Zenica: 이곳에서는 '제니짜'라고 읽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제니카'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발음과 관련해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오류는 사람 이름을 발음할 때 일어난다. Jurić :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백발백중 '주릭'이라고 읽지만, 제대로 된 크로아티아 발음은 '유리치'다. 이곳 사람들 성씨의 대부분은 ć로 끝나기 때문에 남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는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신경을 써주는 것이 좋다.

또하나 특징적인 면모는 r에서 찾을 수 있다. 크로아티아어에서는 r이 모음 역할을 해주는 경우가 있다.  덕분에 이곳 단어 중에서는 우리 입장에서는 순전히 자음만으로 이뤄진 단어가 있는데;

Trst (트르스트) : 이태리의 도시 Trieste(트리에스테)
Vrt(브르트) : 정원
Skrb(스크릅) : 복지
Srb (스릅) : 세르비아


얼마나 어려운가

크로아티아어는 우리나라 같이 별개의 독립언어족(우랄알타이어족) 입장에서는 매우 생경하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나도 처음 자그레브 도착한 다음에 길 이름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서 한동안 애를 먹었다. 단어도 생소하지만, 슬라브어 답게 우리한테는 매우 길게 느껴진다. 한 2음절 넘어가면 뒷부분은 어물쩍 넘어가야하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된다. 만약 상대가 못알아 먹으면 참으로 난감한 시추에이션 되겠다.

일단 명사의 성별이 3성(남.여.중)인데다, 단복수가 엄연히 구분되고, 이것이 여섯가지 격변화(여기에서 호격 vocative를 합치면 모두 7격)를 거친다는 것. 이것만 해도 명사에서는 3x2x6=36가지의 버라이어티한 변화가 나오게 되고, 명사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형용사도 명사가 들어가 있는 장단에 맞춰 복잡한 춤을 춘다. 이러한 변화를 한 눈에 외우는 것은 일반인으로써는 상당히 어려운 일로, 때문에 크로아티아어 독학은 거의 불가능하다.

문법 룰도 허다한데,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룰에 두 세가지 예외가 존재한다는 거.....

자그레브에서는 표준어가 광범위하게 통용되지만, 조금만 바깥으로 나가도 바로 사투리가 튀어나온다는 것이 또다른 써커펀치다. 이는 크로아티아 표준어가 자그레브 지역보다는 보다 동쪽 (보스니아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발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유한다. 크로아티아어 순수론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개탄할 만한 일이지만, 이것도 어떻게든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 되겠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크로아티아 사람들 조차도  문법을 완벽하게 지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자평이다. 문법에서도 남녀유별이 존재해서 과거형을 개입한 문장에서는 남자와 여자가하는 말이 유별하다.

러시아어와 비교를 하면 비슷한 단어는 많지만, 기나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분화되어서, 서로 잘 못알아 듣는다. 다만, 이들 같은 경우에는 조금만 노력하면 쉽게 배울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일본어를 배우기 쉽다는 것과 비슷하다 보면 된다.

억양이 있긴 하지만, 러시아어만큼 쎄지는 않다. 발음도 좀 부드러워서, 우리 나라 사람들 입장에서 러시아나 프랑스 발음을 따라하는 데 들어가는 유별난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없는 듯 하다.

몰라도 알아 보는 방법은

구글 번역기를 활용할 경우 크로아티아어를 여러 언어로 전환해 볼 수는 있지만, 아직도 상당히 많은 번역상의 오류가 나오기 때문에 믿고 사용하기는 어렵다. 번역을 해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때 크로아티아 문법 상식이 있으면, 어디가 잘못됐는지를 아는데 상당히 도움 된다.

다만, 크로아티아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영어를 상당히 잘하는 편이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런대로 먹힌다. 특히 청장년층의 영어 구사 능력은 꽤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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