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11일 금요일

Latinica, Glagolica, Cirilica

지난 번에는 크로아티아어에 대해서 글을 썼는데, 이번에는 문자를 좀 짚어볼까 한다.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는 라틴 알파벳을 약간 변형한 라티문자Latinica(라티니차라고 발음)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흔히 서구에서 쓰는 라틴 알파벳이라고 하는 것이 크로아티아어를 표현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슬라브어의 특성 상, 치찰음(예컨데는 츠, 치, 쯔, 스, 쉬 등) 등이 많기 때문이다. 초기 기독교를 슬라브 족에게 전파하던 수도사들에게는 이게 하나의 딜레마였던 모양이다. 오늘날의 마케도니아 출신이라고 하던데, 키릴과 메토디우스Saint Cyril and Methodius라는 슬라브 출신 형제가 9세기 무렵에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서 독자적인 문자를 만들어 냈으니,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글라골문자Glagolica라고 하는 문자 체계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새로운 문자체계를 이들 형제에게 위임한 사람은 당시 한참 잘 나가던 불가리아의 보리스 1세다. 슬라브 문자를 잘 표현하는 문자 체계를 만든다는 것도 있었지만, 보리스 1세 입장에서는 슬라브 교회를 그리스 문자체계가 지배하던 비잔틴 하 동방정교로부터 독립시키고 더 나아가서 정치적인 독립성까지 획득하려던 획책이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키릴 형제가 당시에 만든 문자는 오늘날 러시아, 불가리아, 세르비아에서 활용되는 키릴문자 체제와는 현저하게 다르게 생겼는데, 현재 활용되는 키릴 문자는 형제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그 제자들이 갈고 닦아서 정립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키릴 형제의 초기 작품 글라골문자Glagoljica는 달마시아 지방으로 전달되면서 크로아티아에 정착하고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쓰였다는 것이다.

     <글라골 문자, Glagoljica 또는 Glagolica>

* 자료원: http://fly.cc.fer.hr/~zox/glagoljica.html

설교, 전교, 기도문 작성 등을 위해서 만들어졌던 문자였던 만큼, 글라골문자는 교회에서 주로 활용된다. 그러나 이것이 전통적으로 라틴어를 교회 공식언어로 활용하던 카톨릭에는 조금은 맞지 않는 것이어서 바티칸과 크로아티아 성직자들 사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일정한 알력이 있었다.

라틴어로 설교를 하고 기도를 하다보니, 당연히 기층민들은 도통 무슨 말인지 알수가 없었고, 이런 데 대해서 슬라브 출신 주교들이 글라골 문자를 공공연히 활용한다. 10세기 쯤 바티칸에서 이것을 고쳐 보고자 하였으나, 결국은 닌Nin 지역의 주교이던 그르구르Grgur (그레고리의 슬라브식 표현)등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혀 실현하지 못한다. 더 나아가 13세기 당시 교황 이노센트 4세는 아예 달마시아 남부지역에 글라골 문자 사용을 공식적으로 허락하기까지 한다.


<닌의 그루그르>
* 출처 : wikipedia

글라골 문자는 적어도 크로아티아 사람들에게는 카톨릭 교세 확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슬라브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우리는 다르니까 다른 문자를 쓰겠다는..... 물론 이 문자체제는 역사를 걸쳐서 라틴 알파벳으로 대체되지만, 만약 크로아티아가 헝가리나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지 않고, 터키 같은 강력한 외세에 적대할 일이 없었다면, 아직도 이 문자를 활용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약소 민족의 역사가 정체성을 지키려는, 잊혀지지 않으려는 일련의 투쟁과정이라면, 적어도 크로아티아의 초기 교회 지도자들이 했던 것 처럼 크로아티아 사람들은 이것을 더 지키려고 하지 않았을까?

크로아티아는 지금 라틴문자 체제로  획일화되어 있지만, 세르비아의 경우에는 키릴 문자가 전해졌으니 현지에서는 치릴리차Cirilica라고 부른다. 키릴 문자는 세르비아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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